아침부터 이슬비가 내린다.
아니 어제부터 내리던 비가 아직도 내리는 게 맞는 표현이다.
어제 도착한 우체통을 가지고, 테니스 가방도 가지고 집을 나섰다.
다행히 테니스 치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두어 시간 즐기고 현장엘 갔다.
어제 미리 봐두었던 장군초교 근처의 철물점에 들렀다.
규모가 상당히 큰, 건축 자재를 갖춘 철물점 아니 건축자재 판매점이다.
엥카볼트와 배수구 걸름마개를 샀다.
엥카볼트는 내가 원하는 L형이 없어서 셋트앙카로 대신했다.
우체통 기초 거푸집으로 쓸려고 플라스틱 화분을 칼로 자르고 있으니 멀리서 신장수가 아는체를 한다.
칼로 자르려니 잘 안된다.
신장수가 자기 커터 공구가 있으니 그것으로 자르자고 한다.
파쇄석은 다른집 땅에 있는 걸 무단 사용하고, 모래는 박사장이 남겨둔 것과 시멘트를
퇴비 비닐푸대에 잘 버물어서 기초를 만들었다.
앙카볼트 네개와 우체통 기둥을 잘 세워놓으니 그럴듯하다.
박사장이 남겨놓은 봉투에는 하자보수이행각서와 추가로 소요된 금액 청구서가 들어있다.
박사장이 두고간 현관 키를 보니
"이제는 박사장과 공사는 끝났구나"
좀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든다.
내가 뭔가 잘 못해서 이렇게 헤어지나...
그런건 아닐 턴데, 괜히 짠하다.